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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9

죽음에 이르지 않아도 죽음을 경험할 수 있다.

  탄자니아 툰두루에서 귀국 준비할때다. 내가 떠나면 내가 키우던 닭, 내가 매일같이 만나던 옆집 동료 선생님, 내가 항상 지나가며 인사하던 할머니, 학생들, 다른 현지 친구들 모두 만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남기고 가는 현장지원물품, 내가 없어도 잘 사용할지 걱정도 되고 떠나는 것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툰두루 타운에 나갔을 때, 평소와는 다르게 타운을 유심히 관찰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고,,,아마도 다시 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을 알기에 유심히 관찰했다. 더 잘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오지도 않을 거 알면서...


  옆집 동료 선생님의 아들이 내게 물었다. '추! 한국에 가면 언제 다시 와?'  난 모르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리고 떠나는 날 바자지 운전기사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잘 지내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돌아가서 다행이야. 정말 이런 험한 곳에서 잘 참았어. 다시 오면 나에게 꼭 연락해줘. 물론 나는 너가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걸 알아. 하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온다면 연락해줘'

  이러한 말을 듣고나니 난 툰두루에서는 죽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언제나 인사를 나누던 동료와 이웃에게 더 이상 인사할 수 없고, 같이 웃을 수 없다는 것. 내가 그들을 아무리 걱정해도 그들과 함께 있지 못한다는 것.

  내가 죽건 떠나건 그들에겐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지고 잊혀지겠지.


  그렇게 죽음아닌 죽음을 경험했다.

글을 잘 못쓰니 같이 공감할 수 있을지...ㅋ

2014-01-24

내게 노래를 불러준 현지 샘

사진도 동영상도 없지만 글을 써봅니다.

탄자니아 유행가 가사만 바꿔서 저에게 불러줬습니다.


추선생은 마소냐를 떠나는 구나, 추선생이 키우던 닭도 버리고서, 추선생은
한국을 그리워하는구나

추선생은 탄자니아를 그리워 하겠지, 그리고 우리도 그리워하겠지

하이에나가 사는 마소냐, 뱀도 많이 사는 마소냐, 추선생은 마소냐를
자랑스러워 하겠지.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나는 한국에 간다는 생각에 좀 들떠 있었으나

같이 지내던 샘은 내가 그리울꺼라면서 이렇게 노래를 개사해서 불러줬다.

잠시 들떴던 나의 마음은 좀 슬픔으로 번졌다.

그래, 마소냐. 이 징그럽게 시골이 그립겠지.

아이들의 미소가 벌써 눈 앞에 아른거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난 떠날 준비를 한다.

참 이런 상황 언제나 익숙치 않다.

2013-10-26

마소냐에 나타난 이상한 동물


철갑을 두른 듯한 이 동물의 이름은

*스와힐리어: kakakuona
*영어/말레이어: pangolin(말레이어로 구르다라는 의미)
*한국어: 천산갑


이렇게 다들 나 처럼 사진찍으려고
'샘 저도 찍어주세요', '미스터 추, 나 좀 찍어줘,'
선생, 학생 가릴 것 없이 서로 찍어달라며 난리다.ㅎㅎㅎ

이 동물은 야행성이고 낮엔 그냥 잠만 잔다고 한다. 근데,

어제 밤 남자 기숙사 근처에서 발견되는 바람에 이렇게 학교에까지 오게됐다.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동물원을 방불케했다.

결국 사람들은 충분히? 구경을 마치고서 풀어줬다.

나 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사람들도 처음본다며 신기해 했다.

사자, 코끼리, 표범 같은 동물보다 더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다...걸려서 하루동안 엄청 괴롭힘 당한 천산갑씨! 폴레사나!ㅎㅎ

2013-06-26

우리집공개

툰두루 마소냐(Masonya, Tunduru, Tanzania)에 있는 우리집.
 
툰두루 마소냐는 과거 모잠비크의 독립운동기지였다. 교장선생님께서 사시는 집은 사모라마셸이 거주하던 곳이다. 사모라마셸은 모잠비크 초대대통령이었지만 독립운동할 당시 얼마나 허름한 집에서 기거했는지 직접 와보면 알 수 있다. 주민들(물론나도포함)은 모잠비크 독립운동가들이 여기서 살면서 만들어 사용하던 우물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과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우물 바로 옆에 새로운 우물을 사용 중이다. 이런 역사가 담긴 장소라서 그런지 1년에 한 번 모잠비크에서 간단한 행사를 위해 마소냐를 찾는다. 물론 빈손으로 안 오고ㅋㅋ 마소냐 중학교 아이들을 위해 두꺼운 노트와 좋은 볼펜을 선물로 가지고 온다. 그래서 그들이 방문하면 학생도 즐겁고 나도 나름 아프리카의 중요한 식민지 역사의 현장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이게 우리집. 공사 중이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거다. 집이 굉장히 커보지만,,,,,1/4 정도의 면적이 나의 공간이며, 내부 분할 공사를 했기에.....나의 공간이 너무 부족해.......
현재 외부 모습도 이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게...식당 겸 부엌.


요게 내 침실. 사진 안에 보이는 문 열면 화장실.


집이라고 해봐야. 별 거 없다.
 
비가 오면 이렇게 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우물에서 퍼온다.

 

비가 오면 이렇게 나의 소중한 천장을 적셔준다......


지금은 사진 찍기엔 너무 처참해져버린 천장...흰개미가 먹어치우고 비가 내려 적셔주니 안망가지면 그게 이상하지...


그래도 애들 밥 먹는 모습 보면 난 상대적으로 위로가 된다.(ㅡ.ㅡ;;;;미안... ) 만날 이렇게 밥 먹는다. 비 오면 밖에서 먹기도 힘들고....에고...고생이 많다. 군대 훈련할 때 비슷한 방법으로 먹었었는데.... 그냥 한 곳에 모조리 받아서 손으로 먹는다...ㅠ.ㅠ

아프리카가 있어 다른 강대국의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같은 지구에 사는 게 맞나 싶다. 어찌 보면 우리는 아프리카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2013-05-12

뉴턴 역학의 기초를 가르치는 일

이 일은 무지 어려운 일이다. 나도 그랬지만 어릴 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것 처럼 생각한다. 물체가 밑으로 낙하하는 현상을 당연한 성질로 받아들인다. 또한 계속 물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계속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뉴턴역학을 배운 후에도 한 동안 계속된다.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소광섭>에 잠깐 나온 내용인데 지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이와 같이-공과 같은 물체를 손으로 던져 올리면 올라가는 동안 계속 밀어 올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며, 꼭대기에서 정지한 순간에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고-생각한다. 당연히 지금 내가 가르치는 탄자니아 학생들도 이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버리게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과감한 설명과 영상자료를 보여줬다. 영화 <허블3D>에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이 나온다. 한 우주인이 또띠아에 무언가를 발라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숫가락을 사용하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 우주인이 숫가락을 사용하고 공중에 놓을 때 그냥 놓지 않고 잠깐 정지하면서 숫가락을 놓고 있지? 저렇게 하지 않으면 숫가락이 멀리 날아가버려. 그리고 중력에 대한 설명을 대략 한 뒤 - 만약 중력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떠다니겠지?? 그런 상황에서 너가 갑자기 점프하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설명을 하니 한 학생이 답했다. -위로 날아가버려요. 만족할 만한 대답이었다. 여기에 이어 질량과 무게의 차이와 마찰이 없다면 운동하는 물체는 영원히 운동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직 아리스토텔레스는 죽지않고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가 죽은지 2000년 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사람들이 그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그가 생각한 것 처럼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인 듯.

2013-05-08

툰두루에 온지 1년

-아쉬운 점.

..무슨 오기가 작동해서 오지에 들어왔나!? 난 다 해낼 수 있다는 쓸대없는.. 참 ㅄ같은 생각덕분.

..노트북이 초반에 망가진 사건. 덕분에 하고싶었던 것들을 많이 못했다. 실험장비가 부족한 이곳에서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해서 실험을 보여주면 애들 좋고 나도 좋을텐데....아쉽다.

..왜 학교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 지역은 선택하지 못하더라도 O-level, A-level정도는 선택권이 주어졌더라면...

2013-05-04

날 무지 귀찮게 만든 태양광

-임지배정
지난 1년간 탄자니아에서 삶은 조금은 척박?했다. Masonya 중등학교에 배정 받기 전에는 이링가에 배정을 받았었지만 내가 기어코 우겨서 툰두루 마소냐로 왔다. 그리고 처음 학교와 마주했을 당시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과연 내가 여기서 2년 동안 살 수 있는걸까? 라는 생각과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공포가 함께 밀려왔다. 군 입대의 두려움 보다 더 컸다. 첫날 침대에 누워서 울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보고싶었기 때문ㅋ. 그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창문이 없어서 비가 다 들어와 이불이 젖어가고 있었기에 더 서러웠다.

-관사수리
학교와 타운의 거리는 대략 12-13km. 꽤 멀다. 걸어서 3-4시간은 걸어야 하고, 오토바이로 20-30분은 걸린다.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편도로 약 3달러. 일단 타운에서 임시거주를 시작으로 봉사생활을 시작했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임시거주를 하는 동안 관사수리를 진행했는데 그 비용이 무려 2000달러. 이 돈이면 타운에 1년간 머물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리를 결정했다. 관사의 크기를 줄이는 공사라서 돈이 많이 들었고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크기가 줄어드니 탐탁치 않았지만 출퇴근 할꺼 아니면 수리를 하라는 사무실의 말에 결정한 약간은 고육책이었다. 워낙 타운과 거리가 멀다 보니, 선생님 모두가 교내에 거주하고 있었고 관사가 부족했기에 학교에서 관사를 두 토막 내자고 해서 이루어진 것. 물과 전기의 공급이 없어도 출퇴근하긴 더 싫었기에 택한 선택이었고 물과 전기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결정에 한 몫을 했다.

-태양광 설비
관사 수리를 마칠 때쯤. 전기기술자를 불렀다. 그리고 200와트 태양광을(판넬 용량) 설치하는 견적을 받아들었다. 약 5000달러. 엄청난 돈이었다. 태양광 설비를(200와트) 들이는데 보통 1000- 1500달러면 충분하다는 선배 단원의 말을 들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견적을 올린 게 통과가 됐다. 예산이 나왔을 당시에 난 관사 생활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엔 나의 체력적인 한계가 있어서 조금씩 늦어졌다. 도중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서 이 사업은 미뤄졌다. 이젠 전기 없이도 그럭저럭 살 만해서 귀찮기까지 했다.그러다가 현장지원물품을 지원하게 됐는데 넷북과 프린터를 신청하고 나니 전기가 절실해졌다. 이것이 태양광설비 설치를 진행하는 도화선이 됐다. 5000달러를 그 견적을 내게 준 녀석에게 모두 안기면 난 가만히 앉아서 모든 설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 보다는 내가 글로벌 호구가 되는게 싫었다. 내가 얘네들 밥도 아니고... 그래서 다른 선배 단원에게 정보를 모으고 모아서 괜찮은 판매업체를 알아봤고 장비를 구입했다. 180와트 판넬, 200암페어 베터리, 컨트롤러, LED전구, 인버터를 구매했다. 약 1000달러가 소요됐으며 직접 다르살렘으로 가서 구입했다. 물론 나의 여행경비는 나의 생활비를 사용했다. 뭔가 뿌듯했다. 난 글로벌 호구가 아니야. 이제 그 잘난 기술자한테 돈 십만 원만 쥐어주면 지붕에 저걸 올릴 수 있겠지!?.

-오지랖?!!
다르살렘에서 툰두루까지 버스로 15-16시간이 걸린다. 이거 한 번 타고나면 정말....고통스러운데 그 돈쟁이 기술자에게 5000달러 다 안기고 그냥 툰두루에서 있을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소중한 연휴도 모두 날아갔고 나의 시간은 누가 보상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별로 재미없는 사실을 접했다.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글로벌 호구를 자청한 사람들. 뭐 그게 나쁜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무슨 오지랖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코이카. 내가 여기서 뿌린 돈 만큼 이 나라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뭐 규정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별 문제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물론 내가 기운빠지는건 옵션.

-추가 내용
툰두루에서 프린터 가격을 알아보았다. 프린터 판매처가 없으니 주문을 해야함.
HP Laser P1102모델 385000실링(약 240달러)
토너 130000실링(약 80달러)

다르살렘에서 같은 모델을 구입
프린터 190000실링
토너 80000실링

결국 다르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어떤 게 더 좋은걸까. 툰두루에서 구입하면 두 배가 넘는다. 이거 거의 사기맞지? 내 몸 편하자고 사기 당하고 싶진 않다. 난 한국의 대표고 내가 사기 당하면 한국이 사기 당한 거다. 20만 실링 중후반 정도만 됐어도 내가 여기서 구입했겠지만....요것들 아주 외국인을 돈으로 본다. 태양광장비 사니까 여기 선생들..왈, 니 가면 저거 나한테 팔라면서....내가 집에 가길 원하나바...ㅠ.ㅠ 여러 가지로 힘 빠지는 해외봉사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