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4

날 무지 귀찮게 만든 태양광

-임지배정
지난 1년간 탄자니아에서 삶은 조금은 척박?했다. Masonya 중등학교에 배정 받기 전에는 이링가에 배정을 받았었지만 내가 기어코 우겨서 툰두루 마소냐로 왔다. 그리고 처음 학교와 마주했을 당시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과연 내가 여기서 2년 동안 살 수 있는걸까? 라는 생각과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공포가 함께 밀려왔다. 군 입대의 두려움 보다 더 컸다. 첫날 침대에 누워서 울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보고싶었기 때문ㅋ. 그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창문이 없어서 비가 다 들어와 이불이 젖어가고 있었기에 더 서러웠다.

-관사수리
학교와 타운의 거리는 대략 12-13km. 꽤 멀다. 걸어서 3-4시간은 걸어야 하고, 오토바이로 20-30분은 걸린다.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편도로 약 3달러. 일단 타운에서 임시거주를 시작으로 봉사생활을 시작했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임시거주를 하는 동안 관사수리를 진행했는데 그 비용이 무려 2000달러. 이 돈이면 타운에 1년간 머물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리를 결정했다. 관사의 크기를 줄이는 공사라서 돈이 많이 들었고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크기가 줄어드니 탐탁치 않았지만 출퇴근 할꺼 아니면 수리를 하라는 사무실의 말에 결정한 약간은 고육책이었다. 워낙 타운과 거리가 멀다 보니, 선생님 모두가 교내에 거주하고 있었고 관사가 부족했기에 학교에서 관사를 두 토막 내자고 해서 이루어진 것. 물과 전기의 공급이 없어도 출퇴근하긴 더 싫었기에 택한 선택이었고 물과 전기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결정에 한 몫을 했다.

-태양광 설비
관사 수리를 마칠 때쯤. 전기기술자를 불렀다. 그리고 200와트 태양광을(판넬 용량) 설치하는 견적을 받아들었다. 약 5000달러. 엄청난 돈이었다. 태양광 설비를(200와트) 들이는데 보통 1000- 1500달러면 충분하다는 선배 단원의 말을 들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견적을 올린 게 통과가 됐다. 예산이 나왔을 당시에 난 관사 생활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엔 나의 체력적인 한계가 있어서 조금씩 늦어졌다. 도중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서 이 사업은 미뤄졌다. 이젠 전기 없이도 그럭저럭 살 만해서 귀찮기까지 했다.그러다가 현장지원물품을 지원하게 됐는데 넷북과 프린터를 신청하고 나니 전기가 절실해졌다. 이것이 태양광설비 설치를 진행하는 도화선이 됐다. 5000달러를 그 견적을 내게 준 녀석에게 모두 안기면 난 가만히 앉아서 모든 설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 보다는 내가 글로벌 호구가 되는게 싫었다. 내가 얘네들 밥도 아니고... 그래서 다른 선배 단원에게 정보를 모으고 모아서 괜찮은 판매업체를 알아봤고 장비를 구입했다. 180와트 판넬, 200암페어 베터리, 컨트롤러, LED전구, 인버터를 구매했다. 약 1000달러가 소요됐으며 직접 다르살렘으로 가서 구입했다. 물론 나의 여행경비는 나의 생활비를 사용했다. 뭔가 뿌듯했다. 난 글로벌 호구가 아니야. 이제 그 잘난 기술자한테 돈 십만 원만 쥐어주면 지붕에 저걸 올릴 수 있겠지!?.

-오지랖?!!
다르살렘에서 툰두루까지 버스로 15-16시간이 걸린다. 이거 한 번 타고나면 정말....고통스러운데 그 돈쟁이 기술자에게 5000달러 다 안기고 그냥 툰두루에서 있을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소중한 연휴도 모두 날아갔고 나의 시간은 누가 보상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별로 재미없는 사실을 접했다.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글로벌 호구를 자청한 사람들. 뭐 그게 나쁜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무슨 오지랖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코이카. 내가 여기서 뿌린 돈 만큼 이 나라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뭐 규정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별 문제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물론 내가 기운빠지는건 옵션.

-추가 내용
툰두루에서 프린터 가격을 알아보았다. 프린터 판매처가 없으니 주문을 해야함.
HP Laser P1102모델 385000실링(약 240달러)
토너 130000실링(약 80달러)

다르살렘에서 같은 모델을 구입
프린터 190000실링
토너 80000실링

결국 다르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어떤 게 더 좋은걸까. 툰두루에서 구입하면 두 배가 넘는다. 이거 거의 사기맞지? 내 몸 편하자고 사기 당하고 싶진 않다. 난 한국의 대표고 내가 사기 당하면 한국이 사기 당한 거다. 20만 실링 중후반 정도만 됐어도 내가 여기서 구입했겠지만....요것들 아주 외국인을 돈으로 본다. 태양광장비 사니까 여기 선생들..왈, 니 가면 저거 나한테 팔라면서....내가 집에 가길 원하나바...ㅠ.ㅠ 여러 가지로 힘 빠지는 해외봉사활동이다.

댓글 1개:

  1.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