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6

국밥

아, 추워. 탄자니아. 아프리카라고 해서 더울 것만 같 아도 북반구가 더워질 때 남반구는 점점 서늘해진다. 심지어 춥다. 해발 5~6백 미터에 있는 툰두루. 고도가 적당히 높기에 좀 춥다. 아침, 저녁으로 영상 13도 정도까지 내려간다. 더 추운 곳도 많다. 탄자니아엔 고도가 높은 지역이 많기에. 이렇게 춥다 보니 국밥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손을 비비며 들어간 국밥 가게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 은 따뜻한 국물과 밥. 몸도 데우고, 입도 즐겁게 했지. 20대 초에 돈이 조금 필요 해서 했던 막노동. 온종일 도로 위에서 해야 하는 일 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추위가 가득하고 찬바람이 칼 같은 도로 위에 서 일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면 어김없이 국밥집에 들어갔다. 뜨거운 국밥과 시원한 깍두기를 쉴 새 없이 입에 넣다 보면 바닥이 나버렸던 국밥. 군대 휴가 나올 때도 국밥은 단골메뉴 였다. 위병소를 나서자마자 찾았던 것은 순대국밥. 뿌연 국물 속에 가 득한 밥과 순대. 그리고 소주 한잔. 아침부터 국밥과 소주를 먹고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깨어나면 동서 울터미널에 도착! 그 당시 그 기쁨을 누가 알까? 국밥 과 소주는 든든한 아침밥이자, 좋은 안줏거리며, 좋은 수면제였다. 국밥이 맛있으려면 국밥이 그리워야 한다. 막노 동하면서 점심을 기다렸고, 군 휴가를 기다리며 국밥 도 기다렸다. 누군가와 같이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 친분이 있다는 의미이거나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밥 먹 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함이 흐르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다. 국밥에는 그리움이 있고 따뜻함이 있으니까. 그리웠던 사람과 따뜻한 사람끼리 모여 국밥에 소주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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