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두루, 내가 2년간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다. 이 곳에 2주간 있으면서 수시로 본 장면 중 하나가 물 나르는 모습이다. 기숙학교라서 일정이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학생들은 기상과 동시에 운동을 하며, 운동이 끝난 후에 물을 나르러 펌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양 손에 양동이를 들고서 하나뿐인 펌프에 줄을 서고, 옆 마을 사람들도 같이 와서 줄을 선다. 생각보다 줄이 매우 길고 지루하다. 이렇게 모인 물은 학교에서 밥을 짓는데 쓰인다. 사진은 물을 나르는 모습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키가 작은데,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물을 날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예전에 책에서 본 자료를 떠올렸고,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적정기술에 대한 책에서 보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이다. 제품의 이름은 Q-Drum 이렇게 물을 나르면 매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격을 알아봤다. 이 제품은 한 개당 65달러가 약간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제품의 스펙을 보면 저 제품은 50리터의 물을 나를 수 있다고 되어있다. 나의 경우, 이 정도 물이면 밥 한번 짓고 설거지 한번 하고 빨래 한번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수통의 크기가 18.9리터인데, 이는 Q-Drum보다 2.6배 작은 크기다. 생수통 가격이 우리나라에서 1만 원 정도 한다는 점과 물통의 부피를 늘릴수록 표면적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점을 봤을 때, 이 가격은 너무 높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65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78,000원이다. 내가 이 통을 20개 정도 살 생각을 했으니 1,560,000원 이다. 너무 비싼 가격이다. 차라리 수레를 하나 사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적정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저기 책에 광고가 되어있고, 인터넷을 떠돈다. 이 제품을 디자인한 사람을 위한 기술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연 이는 누구를 위한 제품인 걸까?
(사실 70불 정도면 자전거를 한 대 구입할 수 있는데, 자전거는 여러 방면으로 이용 가능한 동시에 물도 나를 수 있으니, 자전거 사주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적정기술이란 단어에서 기술이란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만들어낸 기술이고, 누군가는 이 기술을 팔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프다. 물론 위쪽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저 물통을 살 능력이 안된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 도와보겠다고 돈 모아서 저걸 디자인 한 사람에게 보내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그럴듯한 단어로 순진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아니길 바란다. (나의 결론: 기술 개발자는 돈을 벌기 위해 이 기술을 고안했다고 확신한다. 일단 아이디어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개도국으로 보내는 과정은 완전 반대한다. 개발자/NGO단체는 돈을 모으기 위해 이러한 것을 보급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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