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첫 실험 수업
실험수업을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규수업 시간에는 항상 진도 나가기 바빴고, 실험수업은 방과 후에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교실은 실험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1학년 수업을 위해 사용한다. 책상이나 의자가 부족하기도 하고, 온전한 교실이 없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험실을 짓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임기 초반에 관사수리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ㅎㅎㅎ 이젠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하기 힘들다. 임기 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사업이 끝나고 임기가 6개월 남아야 함) 집에 동생 둘 다 군대에 아직 안 갔기 때문에 내가 얼른 돌아가야 동생들도 마음 놓고 군대 갈 수 있어서다.
120명이 한 반인 1학년 아이들에게 실험수업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30명씩 인원을 나눠서 하기로 했다. 방과 후라서 아이들이 많이 빠졌다. 그냥 빠진 애들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실험 수업을 한다고 해서 모르던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애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묻고 설명해줘도 또 물어온다. 어떻게든 실험을 해야 하기에 물어본다. 결국 다 했을지라도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실험은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아이들은 모눈종이 사용을 처음 해봤고, 자로 길이를 측정하는 것도 대부분 처음이었다. 당연히 실험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스프링을 달아놓고 원래 길이에서 나중 길이를 빼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저, 내가 알려준대로 실험을 마치고 싶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인데, 실험 마지막 조, 마지막 날에 나는 화가 나고 말았다. 아이들에 대한 화가 아니었으리라.
탄자니아 교육체계.
초등교육: 1~7학년
중등교육(Ordinary-level): 1~4학년
고등교육(Advanced-level): 5~6학년
대학: 1~3학년.
초등교육은 국민 모두가 마치도록 정해놨지만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등교육에 비해 매우 부실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등교육을 마친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Diploma라는 2년 짜리 학위가 있는데, 중등학교를 마치면 입학 가능하다.
중등교육은 4년으로 그 내용을 보면 거의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준까지 포함하고 있다. 중등교육현장도 매우 부실하지만 그래도 초등교육보다는 좀 낫다. 중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마쳐야 하고, 역시 Diploma라는 2년짜리 학위를 마치면 된다.
고등교육은 2년이며, 교과 내용은 대학교 1~2학년 수준이다. 적어도 수학, 과학 부분은 우리나라 대학 4년을 졸업한 사람도 많이 어려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제나 지리 혹은 언어부분을 한국봉사자가 가르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어떤 수준인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고등하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을 마쳐야 한다.
보통 중등학교선생님은 대부분 A-level을 마치고 Diploma를 딴 사람이다. 그렇게 중등학교에서 일을 하다가 정부에 편지를 넣는다. 일종의 공문같은 것인데, 될때까지 넣는다.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정부로부터 지원금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원래 일하던 학교 소속으로 있다가, 대학을 마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오면 많은 샘들이 고등학교로 옮긴다. 고등학교와 중학교 월급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학이나 과학선생님이 매우 부족하기때문에 수학, 과학 전공 샘들은 쉽게 옮길 수 있다.
기초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근데, 탄자니아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교육의 질을 높일 생각은 하는지...잘 모르겠다. 주변 국가와는 다르게 탄자니아는 부족간의 갈등이나 내전이 없다. 그리고 주변국가와 군사적 문제도 없어서 우리나라 처럼 국방비가 많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다. 대체 예산을 어디에 쓰고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군인을 직업으로 삼길 매우 좋아한다. 한 예로, 교사에서 군인으로 직업을 바꾸는 일도 흔하다. 현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탄자니아는 전쟁이 없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군인이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다가, 월급도 월 120만 실링으로 높다. 이러한 이유로 한 번 군대에 들어가면 나오려하질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자리는 쉽게 나질 않는다.
왜 군인의 월급이 선생님들 월급보다 높은 것일까?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학교가 제대로 자리 잡기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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